논커플링, 전쟁 후, 초상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하여. 20210211
* 지푸푸푸 206편 기념
* 캐붕, 설정 붕괴, 날조 多
마법사 전쟁이 끝난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사람들은 이제 슬슬 일상을 되찾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마법사 전쟁의 기념 추모관은 호그스미드에 지어졌다. 영국 유일의 마법사 마을은 더는 마법사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호그스미드 한가운데에 지어진 건물은 햇볕이 잘 들어 마당에 수국이 잔뜩 피어있었다. 마법사 전쟁의 가장 큰 공헌자 중의 하나를 기리기 위함이었다. 평일 오전이라 한산한 건물에, 방금 막 방문자가 들어섰다.
“왔어?”
햇볕을 밭으며 나무로 만들어진 틀에 머리만 빼꼼히 내밀고 있던 소녀가 물었다. 회색 머리카락을 털실처럼 늘어뜨리고는 갈색 눈을 보석처럼 빛내며, 마치 낮잠 자던 고양이마냥 나른히 기대 있다 일어서면서 눈에 맺힌 눈물이 기다리느라 지쳐 졸려서 나온 것처럼 문지르면서, 빅토리아 셀번이 방문자를 맞았다.
“세브는 2층 A실에 있어.”
태연하게 말하는 음성 끝이 살짝 떨렸다. 어니스트 셀번은 빅토리아의 옆쪽 창틀에 기대앉았다. 어니스트는 빅토리아를 쳐다보지 않았다. 먼저 말도 걸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발끝만 쳐다보고 있어 표정을 알기 어려웠지만 빈말로라도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 빅토리아는 손을 뻗다 말고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이 복잡하겠지. 그렇지만 여기까지 왔다는 건, 드디어 마음 정리가 끝났다는 것 아냐? 빅토리아는 잠시 쉬었다가, 그 언젠가 몇 번이고 그랬던 것처럼 당당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니, 정신 차려!”
어니스트가 깜짝 놀라 빅토리아를 쳐다보았다. 빅토리아는 팔짱을 끼고 그 언젠가 전쟁 이전의 평소처럼 말을 잇기 시작했다.
“삼 년 만이지? 얼굴 봐서 좋네, 좀 웃어, 어니. 플뢰르가 그렇게 못생기면 받아 주지도 않겠다.”
여상한 목소리에 어니스트는 정말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오빠가 되어서 동생이 자신을 달래게 하기나 하고, 거기에 오랜만에 만나는데 이러고 있으면 빅토리아도 좋지 않을 것이다. 어니스트는 그런 생각으로 쓸모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작게 미소를 지으며 왼손을 들어 보였다. 푸른 보석이 박힌 반지가 네 번째 손가락에서 반짝였다.
“말도 안 돼!”
빅토리아가 소리쳤다. 어니스트는 분통을 터뜨리는 빅토리아를 여유롭게 구경했고, 그 태도에 빅토리아는 한 번 더 짜증을 냈다.
“안타깝지만 말이 되네, 너야말로 그렇게 성질이 더러워서 해리가 받아주겠냐?”
“못 받아주지, 어니.”
잠시간 밝았던 분위기는 빅토리아의 말 한마디로 다시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빅토리아는 담담히 쐐기를 박았다.
“못 받아줘, 어니. 알잖아.”
빅토리아는 내리깔았던 시선을 천천히 올렸다. 어니스트가 일그러진 얼굴로 빅토리아를 보고 있었다. 괜히 기분이 이상해졌다. 만약 자신이 기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하는 가정이었지만, 진짜 빅토리아가 살아있었으면 그랬을 테니까.
“그거 들었어? 해리랑 지니랑 결혼한대. 괜히 해리한테 가서 화내지는 말고, 호그와트 때 연애라는 게 원래 다 그런 거잖아.”
분위기를 풀기 위해 던진 농담이었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평소의 어니스트라면 차였다고 놀리거나 감히 저를 찼다며 해리를 욕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빅토리아가 간과한 것은 아무리 평소처럼 굴려고 해도 지금 당장은 평소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니스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빅토리아는 허둥지둥하며 손을 뻗었지만, 그림이 캔버스를 뚫고 나가 눈물을 닦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울지 마, 난 그림이라 달래줄 수가 없단 말이야.”
“너답지 않네.”
“그야 아니니까, 알잖아. 난 빅토리아가 될 수 없어.”
어니스트는 빅토리아와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계속 울고 있었다. 스스로가 이런 상황을 바랐다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빅토리아를 잘 아는 화가가 없었다. 잘 아는 친구들은, 대부분 마주하며 가르치기 힘들어하더군. 덕분에 나와 포터가 거의 모든 부분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지. 본인에게 가르치라기엔, 초상화와 있을 시간조차 없었으니까.”
“세브, 왔어요?”
“그래.”
세베루스가 조용히 어니스트를 잡아주었다. 세베루스는 어니스트를 쳐다보지 않고 빅토리아와 눈을 맞추며 대화를 이어갔는데, 어니스트는 그것이 그 나름의 배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들 세브가 와서 놀랐을 것 같은데.”
“자주 와서 더이상 안 놀란다.”
어니스트는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이제 울고 있지는 않았다. 직접 보고 겪은 이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빅토리아를 구성할 수 있는 가장 큰 조각은 어니스트였다. 만약, 시간이 흘러 익숙해지게 된다면, 해리나 세브가 자신을 위해 그랬듯, 후에 찾아올 이들을 위해 어니스트도,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언젠가는. 정말로 평소처럼, 빅토리아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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