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가 죽은 세계의 빅토리아 & 빅토리아가 죽은 세계의 어니스트 (20200626)
전쟁은 끝났다. 어니스트는 그 수많은 위험 사이에서도 살아남았다. 어니스트는 말이다. 빅토리아에게는 그런 행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 아니, 행운이 따랐지만 빅토리아 스스로 그 보호막을 던졌다. 오직 어니스트 한 사람 때문에. 그래, 어니스트는 어린 날에 이어 또다시 빅토리아에게 목숨의 책임을 전가했던 것이다.
*
빅토리아는 가장 먼저 소매를 살폈다. 다행히 소매 속에는 지팡이가 있었다. 빅토리아는 영문 모를 상황에도 착실히 지팡이를 들고 주위를 경계했다. 사방이 어둠에 잠겨 있었다. 납치한 인간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빅토리아의 지팡이를 그냥 두었다는 것은 머저리거나, 빅토리아의 마법 따위는 아무 영향이 없을 정도의 실력자 혹은 다수라는 뜻이었다. 전쟁만 끝난 것이지 아직 완전히 마무리가 된 것은 아니어서, 이런 상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받기는 했지만 이렇게 바로 일어날 줄이야, 빅토리아는 상상도 못 한 상황에 골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빅토리아는 빠른 속도로 돌아서 지팡이를 겨누었다. 펄럭이는 옷자락 끝으로 지팡이에 눈을 찔릴 듯이 서 있는 사람은…
“어니…?”
빅토리아의 말 사이로 희미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동시에 어니스트도 지팡이를 들어 빅토리아를 겨누었다. 이 순간 둘의 머릿속에는 똑같은 생각 하나뿐이었다.
‘감히, 이딴, 죽은 사람으로, 이런 비열한 방식으로…! 그렇지만- 정말로 혹시나- 진짜로 어니/빅키라면- 그렇다면-’
사과를 하고 싶다고.
*
“내 세계의 너는, 빅키는, 죽었어. 걘 죽었다고. 나 때문에, 내가 죽인 거야.”
어니스트는 고개를 숙인 채로 들려올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듯 눈을 감았다. 빅토리아는 한심스럽다는 듯 한숨을 한 번 쉬고 말했다.
“어니, 등신이야?”
예상치 못한 대답에 어니는 고개를 빠르게 치켜들었다. 아니, 빅키라면 아마도 가장 당연한 대답이었을지도 모른다.
“너 오빠한테 말을-”
“오빠가 나한테 살인 주문을 쐈어?”
“…그건 아니지만, 내가 그렇게 만든 거나 다름없-”
“어니, 닥쳐봐, 좀. 내가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내가 족쳐야 할 놈이 있다면 그건 오빠가 아니라 그 새끼야.”
어니스트는 계속 말이 끊겨서 이 감격스럽고도 약간 슬프고 죄책감이 드는 재회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그리고 만약, 내 죽음에 책임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해도 그건 결국 내 선택이었겠지. 안 그래? 내 말이 틀려?”
어니스트는 잠시 침묵하는 듯하더니 힘겹게 인정했다.
“…네가 맞아.”
“그럼 됐네. 어니, 아마 난 오빠가 아니었어도 그런 선택을 했을 거야.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멍청이처럼 자책하지 마. 이건 날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그걸 오빠 책임이라고 하는 건 내 선택과 죽음을 모욕하는 짓이야. 내가 누구 때문에 죽을 사람으로 보여?”
확실히 빅토리아는… 죽기보다는 누굴 죽일 성격이긴 했다.
*
이번에는 빅토리아의 차례였다. 어니스트도 내심 이 빅키의 세계에는 내가 죽고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다. 약간 안심도 했다. 저 쪽의 어니스트는 염치없이 저 살겠다 어린 동생을 죽음으로 내버린 게 아니다. 그래서 그다음으로 나온 빅토리아의 말은 꽤 의외였다.
“…우리 오빠는 안 뒈졌어. 시체를 못 찾았으니까….”
“빅키, 그건…”
어니스트는 말을 삼켰다. 시체를 못 찾아서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니, 그것은 그저 현실 도피가 아닌가. 빅토리아는 눈가를 빨갛게 물들인 채로 악을 쓰듯 눈을 부릅뜨고 어니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웃는 것이다.
“나도 알아, 어니.”
아무렴 빅토리아가 모르겠는가… 아무렴… 빅토리아가 그걸 모르겠느냔 말이다. 어니스트는 아직도 빅토리아를 세 살로 보는 것 같았다. ‘그 일’이 있던 세 살 말이다. 빅토리아도 어니스트가 죽었다는 것 따윈 알고 있었다.
“그냥, 단지, 나한테 필요한 게 그거였을 뿐이야.”
아직 빅토리아에게는 무너지지 않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살아갈 희망이나 이유 같은 것이. 어니스트가 세드릭이 ‘파국의 씨앗’에 당했을 때처럼. 그래도 가족이라고 둘은 꽤 닮아있었다. 어쩌면… 세브까지 셋일지도 모르지. 해리의 어머니를 위해 그렇게까지 한 걸 보면. 어니스트는 실없이 생각했다.
어니스트는 물론 지금의 빅토리아가 걱정됐다. 그러나, 괜찮을 것이다. 빅토리아는 그리핀도르니까. 이전의 수많은 그리핀도르가 그랬듯, 이겨낼 것이다.
*
어느 해, 오월 어느 날의 아침, 각기 다른 세계에서, 빅토리아와 어니스트는 잠에서 깼다. 그리고, 침대 옆 오소리 인형을 하나 끌어안고, 웃으며, 눈물을 흘리고,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차마 가지 못했던 성묘를.
'지푸푸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푸푸푸] 생일선물 (0) | 2021.07.06 |
|---|---|
| [지푸푸푸] Imperfect (0) | 2021.07.06 |